6개월

pingpong 2011. 6. 6. 22:59

탁구 레슨 6개월째로 접어드는 날.

공의 가속도라든지, 회전, 힘을 받는 부분 등, 운동을 배우면서 원리가 물리 과목과 상당히 겹치는 부분이 많음을 느낀다. 힘을 주는 정도에 따라 공이 되돌아 오기도 하고, 전진하기도 하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고나니 실감이 난다. 고등학교때 물리바보였는데,,, 그때도 탁구를 쳤다면 물리과목에 재미를 붙이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까지는 랠리를 위한 랠리 서브만 해왔는데, 이번엔 게임을 위한 서브 중 하나를 배웠다. 게임을 위한 서브라면, 내가 서브한 공을 상대가 공격으로 받아칠 수 없도록 공을 보내는 것이다.

오늘 배운 것이 바로 커트서브인데, 와중에 공을 높이 던져올리는 서브 형태를 'high toss serve'/'sky serve'라고 한다. 80년대 말 세계랭킹 1위였던 중국 국가대표선수 자오즈민의 스카이서브가 얼마나 멋졌는지, 아버지뻘의 관장님이 아이같은 눈빛으로 묘사해주셨다. 후쿠하라 아이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상당히 공을 높이 띄우는데, 자오즈민은 더했나보다. 물론 중요한건 얼마나 높이 던져올리느냐가 아니라, 내가 의도한 바 대로 공을 다룰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오늘 처음으로 커트서브를, 그것도 높게 던져올려본 공은 공중에서 못난 곡선을 그렸고, 떨어지는 타이밍을 맞추지도 못해 허공에 라켓을 휘두르다 탁구장을 나왔다. 아직은 내 마음대로 공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

좀 오버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탁구를 칠 때마다 이 작은 공 속에 세계가 들어있단 생각을 한다. 이런저런 생각이 끼어들자마자 랠리가 끊어지지만...동교동 어느 카페에서 '인생은 탭댄스와 같아서 생각이 많아지면 박자를 놓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난 생각이 많아서 사랑도, 공부도, 탁구도 어려운건가. 쓸데없는 생각이 많았던 탓에 박자도 놓치고, 탁구공도 놓치고, 평생 함께할 것만 같았던 사랑도 놓쳤다. 이미 놓친 것에서 벗어나는 것에 탁구가 큰 도움이 된다. 다듬어지지 않은 내 자신의 엇갈린 박자를 찾아가는 중이다.

탁구장에서의 시간은 생각을 버릴 수 있는 시간. 리듬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다. 핑퐁핑퐁핑퐁
다행인 것은, 탁구가 정말 재밌다는 것이다.





커트서브의 포인트:
높이 흔들림없이 던져올린 공을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포를 뜬다는 느낌으로 라켓으로 공의 표면을 감아친다. 이때, 내가 서브한 공을 상대가 공격으로 받아칠 수 없도록 낮고 짧게, 테이블 사이드 방향으로 보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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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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