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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_너라는 나무

poetry 2012. 2. 12. 02:49

너라는 나무

김소연


나의 문장에
독이 들었다 하지 않고
흔들리게 된다 말해주어 고맙다

창창한 잎사귀를 부비고
울울한 잔가지를 부딪쳐서
차분한 소리를 내어주어 고맙다

         훼훼훼훼-
         쏘쏘쏘쏘-

네 육체에선
소쇄원에서 듣던
그 소리가 난다

나는 눈을 감는다


2011 현대문학상 수상시집에 실린 김소연의 시를 읽고 그녀의 시집 <눈물이라는 뼈>(2009)를 뒤늦게 구입했다. "마음이 저지른 일을 마음이 이해하는 과정이 삶이라면, 모든 문학은 결국 '그렇게 된 일이 그리 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더듬는 일"이라는 것에, 특히나 시는 늘 묻지만 충분히 대답하지 않는다는 것에 크게 공감한다. 

"그냥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되는 것은 한참 후의 일. 누구도 삶에 대해 너무 많이 알 수는 없어서 우리는 때로 선비가 되었다가 때로는 기녀도 되었다가 하면서 마음을 섭생할 밖엔 없는 것인데, 그렇게 우리는 만나고 헤어지고 기억하고 잊는 일을 반복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겠지."(신형철)

시인은 시를 쓰는 일이 "이 세계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이 세계에서 자신있게 살아갈 수 있는 꽤 괜찮은 일"이라고 말한다.  어렵고 옳고 아름다운 일이다. 시각은 없고 시시각각으로만 허둥대는 지금, 꽤 괜찮은 일을 일궈내는 이의 목소리를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하다. 

나는 눈을 감는다.
늘 같은 영상이다.
더 커져있는 나무를 베어낼 수가 없다.   
잎사귀를 부비고, 잔가지들이 부딪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다. 
그 나무 숲 한가운데 눈을감고 서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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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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