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_무서록

sangsudong 2008. 12. 14. 00:08


85_남의 글처럼 내 글이 쉬웠으면,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자기가 쓴 것은 동사 같은 뚜렷한 말에서도 그 잘못된 것을 얼른 집어내지 못하면서 남의 글에서는 부사 하나 덜된 것이라도 이내 눈에 걸리어 그냥 지나쳐지지 않는다.
"남의 눈에 든 티는 보면서 어찌하여 네 눈에 든 들보는 보지 못하느냐?"
한 예수의 말씀은 문장도에 있어서도 좋은 교훈이다.
자식처럼, 글도 제게서 난 것은 애정에 눈이 어리기 때문인가? '여기가 잘못 되었소'하면 그 말을 고맙게 들으려고는 하면서도 먼저는 불쾌한 것이 사실이요. 고맙게 여기는 것은 나중에 교양의 힘으로 되는 예의였다. 내 글이되 남의 글처럼 뚝 떨어져 보는 속. 그 속이 진작부터 필요한 줄은 알면서도 그게 그렇게 쉽게 내 속에서 들어주지 않는다. 문장 공부도 구도의 정신에서만 성취될 것인가보다.


2006년에 재영오빠에게 선물받은 책인데 읽고 또 읽게 된다.
여러번 반복해서 찾아보는 영화가 있는데 이 책도 그렇다.
범우문고만의 작고 가벼운 모양새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소주제를 엮어 만든 수필집이라 끊어 읽기에도 무리없고
순서 없이 내키는 대로 읽어도 무방하다.
'무서록'이라.. 무심한 듯, 꾸밈없이 내버려 둔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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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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