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과 연구실이 있는
T5층은 연구실이 모여있는 위층에 비해 우리 방 하나 뿐, 나머지는 모두 강의실로 사용된다. 그래서 낮에는 수업이 시작하고 끝날 즈음이면 복도가 시끌시끌한데, 밤이면 오로지 우리방 하나만 사람이 드나들 뿐이니 낮과 밤이 아주 다르다. 여기서 밤에 드나들 일은 오로지 화장실이다. 한밤 중에 복도 끝 연구실에서 반대편 끝 화장실까지 갈라치면 어두운 회색 복도가 참 멀다.

간혹 학교 연구실에서 밤을 새야할 때가 있다. 특히 요즘엔 더욱 그런 일이 잦아지면서 알게된 사실이 있다. 새벽 2, 한밤 중에도 화장실에 클래식이 흐른다. 조금 전에 화장실에 갔을 때 흐른 곡은 클래식기타 연주의 알함브라의 궁전. 이게 경험해보니 상당히 초현실적이다. 불꺼진 복도를 지나 새벽 2시의 화장실, 누구를 위해 음악이 흐르나..알함브라의 궁전이 이렇게 호러스럽게 들릴 수 있다는게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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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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