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 되리 감독 영화 Cherry Blossoms, 한국에서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다. 파니 핑크를 보고서부터 이 감독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마침 씨지비에서 멋진 포스터를 걸어놓고 홍보하기에 신나서 보았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최근에 본 영화중 단연 가장 좋다고 생각했던것 같다. 이 영화는 대부분을 일본에서 촬영했다. 까마귀 소리가 간간이 들리고, 분홍빛 벚꽃들이 화면 그득 아름답게 채워진다. 일본의 후지산, 기모노, 음식이며 부토춤이며 그네들의 문화가 아름답게 그려지는데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아, 물론 빠질 수 없는 일본의 성문화도 잠시 '엽기적'으로 나왔다ㅎㅎ) 도리스 되리 감독을 거쳐 일본의 것들이 아름다운 영상으로 전세계에 보여지니-그것은 숭고하기까지 했다-외국영화에서(거의 헐리우드 영화에서지만) 늘 델리 주인이나 불법체류자로 그려지는 한국인의 모습이나, 복작복작 개발도상국 한국의 이미지는 이 영화가 내비치는 일본 문화의 숭고한 '격'(?)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일본문화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아닌데 이런이야기는 고만 해야겠다. 아무튼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킨 나이 든 노부부가 죽음을 맞기까지의 시간을 독일에서, 그리고 일본에서 섬세하게 감각적인 영상으로 보여준다. 먼저 죽은 아내를 위해 아내가 생전에 못 다 이룬 꿈을 남편이 이뤄가는 과정이 지극하고 아름답다. 베티블루에서 남자주인공의 광적인 사랑이 떠오르기도 했다. 덧붙여, 아는 것 없고 힘없는 부모를 불편해하고 거슬려하는 자식들을 보면서 독일이나 한국이나 자식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다. 소중한 것이 벚꽃처럼 눈깜짝할새 져버리고난 뒤에야 슬퍼하고 아쉬워하는것은 대개의 사람이 피할 수 없는 실수인 것 같다.

마침 우리 스튜디오에 부토를 추는 퍼포먼스 작가가 들어왔다. 호주에서 온 Jeremy Neideck이라는 친군데 나보다 한살 어리다. 우리 스튜디오에서 현재 최연소 작가다. 그 친구 퍼포먼스 영상을 보고있자니 이 영화의 장면장면이 스멀스멀 떠올라 오늘 다시 이 영화를 찾아보았다. 제레미한테 이 영화를 씨디로 구워줄 생각이다. (영화 관계자 분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평소에는 늘 극장에서 봅니다만 쩝.)








'film' 카테고리의 다른 글

500 days in Summer  (0) 2010.01.25
현대독일영화특별전_크링 시네마  (0) 2009.08.04
Driving Lessons, 2006  (2) 2009.06.28
라틴아메리카로의 영화 여행_씨네큐브  (2) 2009.06.23
The devil wears PRADA  (0) 2008.12.30
Posted by 무슨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