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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31 나희덕_야생사과

나희덕_야생사과

poetry 2009. 5. 31. 00:10

가장 좋아하는 나희덕 시인의 새 책이 나온 줄도 모르고 살고있었는데,, 재영오빠가 새 시집'야생사과'를 손에 쥐어준다. '사라진 손바닥' 이후 5년만의 시집이다.

http://www.yes24.com/24/goods/3396857

창비, 300호까지 늘 같은 표지디자인을 접고 301호부터는 새로운 판형이라는데 나희덕이 그 첫 주자다. 시인의 시에도 큰 변화가 있다는데 아직 제대로 읽지 못해선지 난 아직 예전의 '나희덕표' 시들이 좋다. 제일 좋았던 시집은 '그곳이 멀지 않다', 그리고 노란 표지의 산문집 '반통의 물'도 좋았다. 맘에 드는 시는 책 귀퉁이를 접어가며 읽는 습관이 있는데(무선이가 날더러 책을 더럽게 본댔다;; ) 새 시집의 귀 접힌 페이지 중 하나.


꽃바구니

나희덕

자, 받으세요, 꽃바구니를.
이월의 프리지아와 삼월의 수선화와 사월의 라일락과
오월의 장미와 유월의 백합과 칠월의 칼라와 팔월의 해바라기가
한 오아시스에 모여있는 꽃바구니를.
이 꽃들의 화음을.
너무도 작은 오아시스에
너무도 많은 꽃들이 허리를 꽂은
한 바구니의 신음을.
대지를 잃어버린 꽃들은 이제 같은 시간을 살지요.
서로 뿌리가 다른 같은 시간을.
향기롭게, 때로는 악취를 풍기며
바구니에서 떨어져내리는 꽃들이 있네요.
물에 젖은 오아시스를 거절하고
고요히 시들어가는 꽃들,
그들은 망각의 달콤함을 알고 있지요.
하지만 꽃바구니에는 생기로운 꽃들이 더 많아요.
하루가 한 생애인 듯 이 꽃들 속에 숨어
나도 잠시 피어나고 싶군요.
수줍게 꽃잎을 열듯 다시 웃어보고도 싶군요.
자, 받으세요, 꽃바구니를.
이월의 프리지아와 삼월의 수선화와 사월의 라일락과
오월의 장미와 유월의 백합과 칠월의 칼라와 팔월의 해바라기가
한 오아시스에 모여 있는 꽃바구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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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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