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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4일

sangsudong 2009. 12. 24. 16:41
이따 저녁에 애들이 올거다. 뭐라도 해줘야지 싶은데 월말이라 금전적인 어려움 & 부족한 요리솜씨탓에 간단하게 카레를 만들었다. 배가 고파서 나혼자 먼저 한그릇 해치웠는데 너무 맛있는거다.(;;;) 냄비 앞에 서서 더먹었다. 개인적으로 익은 당근을 싫어해서 카레의 먹음직스런 색감을 포기하고, 재료가 모두다 같은색일지언정, 당근대신 고구마를 넣는다. 카레가 훨씬 달콤하니 부드럽다.

며칠전부터 루시드폴 새앨범을 무한재생 시켜놓고 듣고있다.  가장 좋아하는 트랙은 '벼꽃', '그대는 나지막히', 그리고 마지막 트랙인 '봄눈'. 이 사람이 쓴 가사는 내 하루를 들여다본양 나를 울게하고, 생각하게 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약불에서 거의 다 완성되어가는 카레를 휘휘 젓는데 와락 울컥 했다.

카레를 만들면서 하얀 조리대에 카레가 묻었는데 행주로 닦아도 지워지질 않는다. 카레는 정말 강하고 독한 것 같다. 치아 교정을 시작한 은영언니가 카레 한그릇 다 비우고서는 열심히 양치질을 하고 거울을 봤더니, 교정기 사이사이 연결해놓은 투명 고무줄들이 샛노랗게 물들어있더라고 투덜거리던 기억이 난다. 행주로 박박 닦다가 그냥 두었다.

현아가(오늘 우리집에 놀러오는 친구 중 하나) 오늘은 꼭 클럽에 가고싶단다.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기 때문이란다. 27년동안 클럽 문앞에도 안가본 녀석이 27년동안 경험했던 스트레스를 왜 굳이 오늘 클럽에 가는 것으로 풀고싶어 하는지 공감할 수가 없다. 가서 스트레스만 더 쌓여서 올 것 같은데. 손발이 척척 맞아야 신날텐데 내가 이렇게 맞장구를 못쳐 미안하다. 현아 왈, "그럼, 오늘도 촛불하나 놓고 방바닥에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하자고?" .... 성탄절은 복작복작 시끄럽게 보내는 것 보다는 고요하게 보내는게 좋은 것 같다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다.

기쁜 성탄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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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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