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공사

sangsudong 2010. 1. 29. 10:49
지난달에 이사온 이 집은 확실히 부실공사의 결과물이다. 겉으로 보기엔 멀끔하고 인테리어도 그럴싸하지만 실은 아주 날림으로 지어놨다. 1년 전에 지어진 신축건물임을 믿을 수 없을만큼 층간 소음이 여과없이 선명하게 들리는걸 보면 벽/바닥두께나 층간 방음재에 대한 규정을 지키지 않고 지은 것이 틀림없다. 시공비를 아끼느라 벽을 얇게 지어서 말소리, 음악소리, 욕실에서의 소리가 우리집으로 그대로 전달된다. 윗집 욕실에서 철제 휴지걸이에 걸린 두루마리 화장지 풀어내는 소리, 샤워할 때 노래하는 소리며 물줄기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들린다. 난 소음에 그리 예민한 편은 아니라서 소음으로 고통받지는 않지만,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윗집 사람의 사적인 영역을 공유하게 되니 미안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말은 즉, 2층 우리집의 소음도 아랫집에 그대로 전달된다는 얘기다. (다행히도 1층은 주차장이다.) 욕실 타일이 가리고 있는 욕실의 벽체는 뻥 뚫려있어 수건 수납장을 달 수 없다. 이런 가짜벽은 처음본다. 이전 세입자가 수납장 달기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흔적이 보인다. 

내가 생활하는 큰방은 외풍이 좀 있는것 말고는 별 문제없다.(?) 창이 있는 벽에 침대를 나란히 놓았다가 밤새 온몸으로 냉기를 받는게 몸에 나쁠 것 같아 침대 위치를 바꿨다. 작은방은 주로 옷을 수납하는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에 보일러를 틀지 않는데 이 방은 유독 결로현상이 심해 주인의 취향이 보이는 비싼 실크벽지위에 드문드문 곰팡이가 피었다. 빨리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옷 수납 박스에 물이 들어 옷에 곰팡이가 필 뻔 했다. 우선은 급한대로 벽 앞에 있던 수납장을 치워서 다른 곳으로 옮겼다. 습한 벽을 말리자고 필요 이상으로 난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벽체는 싸늘한데다 축축하고, 벽에서 방바닥으로 이어지는 부분에는 물이 고였다. 단열재를 전혀 쓰지 않았거나, 거의 쓰지 않은게 분명하다. 겉만 멀끔하지 아주 날림이다. 이전 세입자가 살고 있을 때 가구로 다 들어차있는 방을 보고 계약했던터라 벽지에 피어있는 곰팡이는 보지 못했다. 이사하던 날, 텅 빈 집 곳곳에 피어있는 곰팡이를 보고 착잡했지만,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아이소핑크를 사다가 벽에 대볼까 생각중이다. 겨울이 지나면 좀 나을텐데... 그러고보니 여름은 여름대로 건물 벽체가 쉽게 뜨거워질테니 이집에서 보낼 여름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갓 지은 서민 임대아파트도 물이 흥건해서 도를 넘어선 결로현상때문에 세입자들이 원성이 높다는 기사를 봤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 하자보수건수 중에 90% 가까이가 임대아파트에서 생겨난거란다. 제대로 못 지었으면, 잘못을 수정하고 하자보수라도 해야지 저혼자 당장 좋자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는건 못할 짓이다. 집주인에게 편지를 쓸거다. 집 주인을 설득해서 건물 전체를 단열하는 보수공사를 벌이지는 못한대도, 이 건물에 살지 않는 집주인은 당신의 건물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이사하는 날 처음 만났던 건물주의 벼락부자스런 행동과 말투가 생각나 별 효과 없을 듯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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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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