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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 Metheny

sangsudong 2010. 6. 4. 01:49



큰 일을 맞거나 저쪽 차원의 삶을 공부하다가 그 속에 완전히 몰입해버리면 여름에도 바바리코트를 입고 다니는것이 가능한 일이다. 혼자서 다른 차원의 세계를 살기때문에 지금 이 순간 주위를 의식하지 못하는거다. 무대 위의 팻메스니가 그랬다. 한국의 80년대 여대생 파마머리를 하고 당근바지를 입은 그는 자기가 만들어낸 악기들에 둘러싸여 연주하는 때 만큼은 다른 차원의 삶을 사는 것 처럼 보였다. 

한국을 유난히 좋아하고 그래서 또 자주 내한하는 팻 메스니의 2010 홀몸무대 <오케스트리온>. 나역시 홀몸으로 그를 맞았다. 그는 나를 향해 말해주었다. "굼사합니다." 나름 조형적인 구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로봇 악기들을 배경으로 연주하는 무대 풍경은 한눈에 뮤지션의 것이라기보다는 설치미술가/ 미디어아티스트의 전시공간 같다. 스스로 움직이는 피아노, 비브라폰, 베이스, 드럼, 마림바... 네온이 껌뻑거리는 로봇 악기들을 싸그리 혼자서 연주하는 팻메스니. 그의 양쪽에는 비이커 같은 유리병이 여럿 놓여져-이것도 물론 악기, 각각 다른 높이의 액체가 담겨 습하고 몽환적인 바람 소리가 났다-실험실에서 기계인간을 만들어내는 발명가같은 오라를 풍기기도 했다. 메트로폴리스의 과학자가 첫 기계인간 마리아를 만들어내듯이, 제페토 할아버지가 자신이 깎아 만든 피노키오를 친아들처럼 아끼듯이, 그는 박수를 받을 때 마다 모든 박수를 로봇 악기들에게 돌렸다. 팻 메시니는 자신의 악기들이 '로봇'이라 불리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한눈에 그것은 로봇이다. 로봇이라기보다 '기계'가 맞겠다.

처음 오케스트리온 씨디를 재생했을 때 어려운 초기의 감상은 금도가 보내준 아래 리뷰를 보고 조금 가라앉았고, 오늘 공연을 보면서 씻겼다. 오케스트리온 앨범 작업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게 나뉘는 것도 그의 프로젝트에 접근하는 시각 차이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연주자'가 아닌 '기계'라는 단어와 생김이 주는 부정적인 인상도 크게 작용했을 것 같다. 중요한건 그에게 이 프로젝트는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미래 음악의 모범답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목적은 아닐거라는 것이다. 기존의 그룹 멤버들과 함께한 팻메시니그룹 작업과는 별개로 팻 메시니 자기 자신과 더불어 연주하는 방법으로 풀어낸 것일테다. 정말 치열하지 않나. 그의 아방함은 음악적 시도에서 예상할 수 있는 만큼의 범주에서 훌쩍 벗어난 것이라 우선 그 무모함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엄청난 애착, 고집스러움, 집중력, 그리고 그가 진짜 원하고 좋아서 미쳐 진행해온 이 결과에 기립박수를 드린다. 모든 관객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날린 공연, 참 오랜만이다. 꾸준함, 짬짬이 무모함은 커다란 것을 낳는구나. 


일러스트: 스노우캣
 

이번에 혼자서 연주했던 곡 Make Peace


 메시니는 스스로 여러개의 레이어를 만들고 쌓아서 그 위에서 노니는 방식으로 로봇악기들과 함께 마지막 곡을 연주했다. 좀 쌩뚱맞지만 오늘 메시니가 연주한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노래한 Camille의 영상을 첨부해본다. 음악하는 사람들은 이런 방식을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금도가 보내준 공감리뷰
http://www.weplayjazz.co.kr/news/view.php?BBS=review&IDX=4&NO=2&SS=&SK=&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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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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