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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2 라디오 다시듣기와 잡생각 6

토요일이다. 자정을 한참 넘겼으니 토요일이었다. 아무런 약속없이, 모든 일분일초가 오롯이 나만을 바라보고있던 오늘 하루의 시간들을 라디오천국 다시듣기로 보냈다. 서울지역에는 비가 온다기에 아예 나가지 않기로 작정을 하고 라디오천국 날짜별로 다시듣기로 틀어놓고는 좁은 집을 헤집고다니며 반나절을 싱겁게 보냈다. 온다던 비는 잠깐 5분여간 쏟아진 소나기가 다였다.

다시듣기를 하면 가장 먼저 신나게 클릭하는건 금요일 방송이다. 라디오 고민상담계의 베테랑 임경선 아줌마(캣우먼)가 나와서 청취자들의 고민을 들어주는거다. 본업은 팝칼럼니스트지만 정작 라디오 고민상담계에서 날렸던 김태훈님은 실상 이론만 꿰고있다는, 약간은 궁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임경선님은 예상외로 기혼자에 아이의 엄마라는 점이 엄청난 포인트로, 내공의 입체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까칠하고 친절하지 않은 여자가 만약 미혼었다면, 아이엄마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분이 말하는 이야기를 지금처럼 즐겁게 듣지 못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프랑스 여자가 쓴 No Kid라는 책을 읽었다. 거칠게 말하자면, 아이를 낳아서는 안되는 이유를 줄줄이 나열해서 '나도 이제 결혼했으니 곧 아이를 가져야지' 했던 사람들을 뜯어말리는 책이다. 결혼했는데 아이가 없는 집에는 던지는 궁금한 시선, 그것의 근본을 낱낱이 밝히고 경계한다. 사실 결혼한지 꽤 오래된 부부 사이에 아이가 없으면 당연하다는 인식보다는 저들 부부에게는 물어보기 어려운 사연이 있을거라 생각하거나, 간혹, 사회에서 이기적인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부부가 아이를 갖는 것은 선택 사항일 뿐, 당연한 인식으로 자리잡아서는 안된다는 것, 아이를 낳은 부부와 그렇지 않은 부부에 대한 암묵적인 차별적 인식의 근원에 대해, 남들이 다낳아서 나도 낳고봤더니 미친짓이었다고 격한어조로 이야기한다. 이런내용의 책에서는 글쓴이가 어떤 환경에 있는 사람이냐가 중요하다. 책의 머릿글에서도 밝히는 것 처럼 글쓴이가 미혼이라면, 아이가 없다면, 결혼못하고 아이 못가진 여자가 아이를 낳은 여자를 향한 질투 쯤으로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둘씩이나 낳은 엄마이자 아내로서 써내려간 책이기에 '읽힐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엄마가 쓴 책을 읽고서 자신의 존재에 회의를 갖지나 않을까, 내가 할 필요없는 걱정을 했다.)

라디오 다시듣기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어김없이 또 딴길로 샜다. 결코 친절하지 않은 임경선님이 여기저기서 환영받으며-특히 고민상담계에서-입지를 굳힐 수 있기까지는 '결혼을 했다'라는 사실과 '아이 엄마'라는 믿을 수 없는 배경이 그분의 일에 있어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 주었을 것이다. 싱글보다는 결혼한 사람이, 딩크족보다는 아이가 있는 가정이 사회에서 더 신뢰받는 것같다. 신뢰라는 말이 들어맞지 않다면 '당연한' 그림으로 여겨진다 해야할까.. 미래의 나는 당연한 그림안에 있을까? 주변 시선에 맘쓰지 않고 그때의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알고있는 나는 아방가르드한 삶과는 거리가 있지만 그것이 어떤 그림이든 찢어버리지 않을, 내가 만족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길 바란다. 어쨌든 이 까칠한 아줌마는 내 이상형이다. 희열님은 말할 것도 없는 '품절남'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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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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