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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2 이석원_보통의 존재 1
5집 앨범 <가장 보통의 존재>가 참 좋았다. 그래서 이런 음악을 만든 사람이 쓴 책도 읽어보고 싶었다. 이석원이란 사람, ~다더라 하는 무수한 한줄 평가들을 뒤로 하고 그가 직접 쓴 책을 읽기로 했다. 안그래도 본인이 "직설적인 구석도 있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나 남을 도우려는 마음은 누구 못지 않은데 그런 것은 잘 소문이 나지 않더라" 하는 말을 책에 써놓았다. 선입견에 약한 나 역시 그런 평가하기와 평가받기에서 자유롭고 싶다.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나는 이석원이라는 사람의 삶에 몰입했다. 그의 사랑, 친구, 어린시절, 부모, 누나, 형부, 누나와 형부의 아이부터 병원, 운전, 공연, 가습기와 난로, 개와 고양이, 가지나물,,,이 끼어들어있는 그의 삶에 완전히 몰입했다. 멀찍이서 천천히 읽고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나와는 너무 달랐지만, 동시에 또 너무나 닮아있어서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로 울다가 웃다가 했다. 석원님은 보통의 존재가 갖는 결혼에 대한 두려움, 개인의 의지로는 바꿀수 없는, 타고난 것에 대한 불만, 남들에게 보여지는 껍데기, 다른 사람들에게는 친절하지만 가족에게는 그렇지 못한 이중성, 외로움,,,에 대한 생각들을 예민하게 써놓았다. 이제는 엄마의 믿음을 존중하려고 하면서도, 점집 칠선녀님이 당신 아들에겐 '멸망의 색'이라던 노란색을 결국 책 표지로 삼았으니, 책읽는 재미가 더하다.

수필이다 보니 사연 많은 그의 삶이 다 드러난다. 유치원다니는 아이부터 아저씨까지 다 아는 국민밴드는 아니지만 특정한 거대 팬덤을 거느린 뮤지션인데, 앨범 뒤의 자기 이야기를 종이 위에 문자로 남겨 만인이 영원히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지금 이순간의 그를 형성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싸그리' 아니 '되도록이면 자세히'들려주었으니 이석원이라는 사람,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받을(?) 일만 남았다. 뭐 이미 받고있다.^^ 지금 5집앨범 3번트랙이 흐르고 있다. '슬픔이 나를 데려가 데려가~'


책을 읽으면서
*
이석원님은 글로 밥먹는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그 생각을 잘 전달받았고, 멋지고 훌륭했다. 음악하면서 하루하루 글로 생각을 써내려간 의지와 꾸준함에 '당신은 보통의 존재가 아니오'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앞서 한 이야기가 여러번 반복되는게, 글자 토씨 하나 안바뀌고 문장이 그대로 반복되었다고 느낄만한데가 몇군데 있어서 내가 잘못 읽고 있나 싶은 생각이 간간이 들기도 했다. 물론 8년간의 일기를 묶은 것이니 이상할 것 없지만, 일단 책으로 냈으니 눈에 띄게 반복되는 부분은 조금 다듬어지면 좋겠다.
**
난 양장본을 싫어한다. 굳이 말하자면 말아쥘 수 있게 나온 책이 좋다. 이 책은 하드커버는 아니지만 김규항 <예수전>처럼 개나리 노란색 종이로 책을 씌웠는데, 이게 좀 특이한 종이라 껍데기가 책 몸체에 착 감기는 맛이 없어서 읽는 동안 조금 거슬렸다. 책이 미끄러지는 느낌에 아예 커버를 벗겨내고 읽었다. 그나저나 좀전에 석원님이 좋아하시는 광화문 교보에 들렀는데 벌써 베스트셀러란에서 '비소설' '북마스터추천'부분 2자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석원님도, 출판사도 능력자들. (이 책을 만든 출판사'달'이 문학동네 계열사다.) 어느 보통의 존재가 늘 그렇고 그런 보통의 길을 가지 않고 자꾸 기대되는 일을 만들어내니, 기대된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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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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