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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26 연극<소설가 구보씨의 1일>, 31일까지. 1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1일>을 연극화한 '소설가 구보씨의 1일'(연출 성기웅)을 보고왔다. 임근준샘 강의 듣느라 한때 매주 드나들었던 종로 5가 두산아트센터내 소극장 space111에서 공연중이다. 전좌석 3만원, 두산아트센터 회원은 21000원인데, 다른게아니라 그저 인터넷 무료회원가입으로 가능하다. 올해 31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좋은 무대였는데 저렴하기까지하니, 다녀오시길 추천.
http://www.smalltheater.or.kr/wanee/bbs/board.php?bo_table=z4_1&wr_id=118

'직업과 아내를 갖지않은' 젊은 구보이기에 낮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서울을 쏘다니며, 같은 날 같은 카페를 세번씩이라도 들를 수 있다. 아침에 출근하여 저녁이면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 쉬는 사람들의 하루와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자신의 하루를 견주면서 구보 자신도 곧 어머니의 권유대로 결혼을 하여 생활을 갖고싶다 생각할 때, 내가 그리도 공감했던 까닭은 아직 직업과 남편을 갖지않은 젊은(?!) 나 역시 오전부터 저녁까지 인근 카페에서 논문을 쓰고있기 때문이다. 2011년 6월에 심사 받을 수 있기를, 그리고 통과하기를, 나도 생활을 갖고싶다. 구보의 어머니처럼, 나의 어머니도 당신의 딸이 어서 생활을 갖고 저녁마다 남편과 아기가 있는 집에서 살기를 바라며, 그렇지 않은 현재를 걱정하고 계실 것이다. 1930년대의 어느날에 그려낸 사람풍경이 2010년과 별 다를 것이 없다.

   누구나 모두 집 가지고 있다는 애달품이여
   무덤에 들어가듯
   돌아와 잠잔다
   출처: 이시카와 다쿠보쿠 詩, <가을 바람의 상쾌함에> 중

오래전에 재영오빠가 준 책 <구보씨와 더불어 경성을 가다>를 재미있게 읽었던 생각이 나서 연극을 보고 돌아와 그 책을 찾아 펴본다. 박태원의 평전식 복원과 더불어 구보의 행적을 좇아서 사라진 근대 공간이며, 당시 삶의 흔적을 흔하지 않은 글쓰기 방식으로 그려낸 재미있는 책이다. 오늘날을 사는 저자가 1930년을 살던 박태원과 그 시절을 흠모하여 그의 걸음마다 종종 좇아다닌 것 같은 애정이 묻어난다. 당시 신문 기사들, 당시 유행하던 소비 품목들, 구보가 거닌 장소를 보여주는 깨알같은 경성 지도, 그 걸음이 스친 장소와 건물에 대한 자세한 소개,,, 논문을 이렇게 쓰면 재미있을텐데.

박태원의 사진, 박태원 역에 윤종신님이 캐스팅됐어도 꽤 어울렸을거란 생각을 했다.


Posted by 무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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