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의 캘리포니아주, 네바다주, 아리조나주에 다녀왔다. 찍어온 사진을 보다보면 이사진이 그사진이고 그사진이 이사진이다. 캘리포니아 LA날씨는 왠지 무진장 더울 것 같았는데 여행 전날, 네이버 날씨를 보고는 가을 날씨라고 알게되었다. LA도심을 벗어나 황량하기 짝이없는 네바다, 아리조나로 넘어갔을 때는 엄청난 찜통이었다. 대개 화씨 110도를 넘는 기후. 해가 너무 강해서, 선글라스를 두고 온것을 여행 내내 후회했다. 선글라스 살 돈은 없었기때문에 새것을 사지는 않았다. 눈알도 아프고, 얼굴과 몸도 아주 얼룩덜룩하게 잘 태웠다. 덥지만 몸을 싸매고 다녔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한눈에 일본에서온 관광객처럼 마스크를 쓰거나 창 넓은 공주모자를 쓰거나 팔에 연분홍색 토시를 끼거나 하지는 않았다.




여행중에 빌 브라이슨이 쓴 책을 읽었는데, 내가 지나가는 지점의 이정표에 나오는 타운 이름과 딱딱 맞춰질 때면 흥분이 됐다. 그리고 여행 후기는 써놓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이 사람은 과장이 엄청나지만, 어쨌든 미친사람처럼 깔깔거리게 하는데다, 왠지 취향도 비슷한 것 같아서 이번 서부 여행에서 갈것이냐 말것이냐 고민했던 장소에 대해서는 이 할아버지의 글을 조금 참고해서 결정하기도 했다. 역시 서부는 놀고있는 삭막한 부지가 끝없이 길었다. 삼일동안 도로 위에서 거의 같은 풍경만 보았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냐 그랜드캐년이냐 고민하다가 그랜드캐년을 선택했고, 아쉬운 것은 브라이스캐년, 자이언 캐년에 가보지 못한 것이다. 갔던 곳 중에 가장 별로였던 곳은 네바다주의 라스베가스다. 이 날만 카지노호텔에 묵었는데 잠잘 곳이 선택의 여지 없이(약간의 과장 보탰음) 모두 카지노를 끼고 있었다. 듣던대로 카지노 게임장에는 시계도 없고, 창문도 없고, 가는 곳 마다 정신없이 촌스러운 카펫이 끝없이 깔렸다. 식당으로 가는 길이든 방으로 가는 길이든 풀로 가는 길이든 반드시 카지노를 지날 수 밖에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카지노에는 세가지 바보가 있단다. 1. 돈을 벌고야 말겠다는 바보. 2. 잃은 돈을 만회하겠다는 바보. 3. 한번도 안땡겨보는 바보. 나는 세번째 바보였다. 동생은 한번 당겨나 보고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했지만 미국나이로 열여덟이 되지 않아 당겨볼 수 조차 없었고, 그런 아이들을 위한 청소년 게임장에서-한국으로 치면 집게로 인형 건져올리는 기계같은 것들이 들어찬- 방귀소리 나는 고무주머니 같은 얄구진 것들을 잔뜩 따왔다. 그 방귀소리 방석을 뿌지직 깔고 앉으며 잠깐 보여준 동생의 환한 미소는 보기좋았다. 나는 결국 혼자 나가서 배삯 왕복 8달러 주고 콜로라도 강의 한 부분을 돌다왔다. 배를 운전하는 기사님이 내게 별자리를 알려주며 농을 던졌는데 그 별자리 이름을 못알아 들어서 다시 물으려다 그냥 웃고 말았다. 아무튼 무장 밝은 별 하나가 박혀있었다.




여행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나는 재미없는 사람이라 꼭 마지막에는 교훈적인 뭔가를 찾아내고야 마는 습성이 있다.) 나이 터울 많은 남동생과 함께한 여행이었지만 서로 별로 말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혼자 다닌 것 처럼 침묵의 시간이 많았다. 생각은 과거에도 머물렀다가 여기저기를 산만하게 오고갔다. 내가 좇고 있던 눈 앞의 것들이 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그럼 무얼 바라 살아야하는걸까. 입구까지 가서 서성거리다가 더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시간과 물질과 마음을 내어놓는 것에 조금은 자유한 것 같다. 이번엔 얼떨결에 멀리까지 가게됐지만, 다음에는 아직 못가본 통영에도 가보고싶고, 자전거 여행을 하기 좋은 곳이 있다면 자전거로 다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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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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