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닐적에는 아침 저녁으로 동생의 잠자는 모습 밖에 보질 못했고 입시가 끝나고서는 곧장 고향을 떠나 더 보기힘들어졌다. 그러니 훌쩍 자란 모습만을 명절때나 볼 뿐이다. 이제는 동생도 집을 떠나 그나마 명절때도 얼굴을 못보게 됐다. 그저 내 친구들처럼 동생 컴퓨터의 가마우지 폴더에서 야동 한무더기를 발견하거나, 냉동실에 얼려놓은 야쿠르트를 다 먹어버린 동생에 대한 분노를 늘어놓은 적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꼭 그래야하는건 아니지만 남매가 공유하는 이야기꺼리가 딱히 없다는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런 동생과 단 둘이 가방 하나씩 들고 여행을 왔다. 이 녀석과는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이 되지않을까 싶다. 모처럼 남매간의 우애를 확인하는 따사로운 훈훈한 여행을 생각하며 만났는데 이건 뭐 공항에서부터 대략난감이다. 원래 리액션도 없고 말이 많지 않은데, 이건 뭐 숨쉬는 (표정은 늘 약간 찡그린)나무 장승이다. 동생 입장에서도 마치 이모같은 누나에게 아쉬운 것이 많겠지? 이녀석이라면 아무생각 없을지도.
이틀째 욕실에는 내 칫솔만 있다. 둘이 쓰는 욕실에서 꺼내놓고 쓰지 뭐하러 매번 넣었다 뺐다 할까 싶지만 개인의 방식이니 혼자 스치듯 생각할 뿐이다. 그런데 오늘 밤엔 내 칫솔이 물기를 가득 머금어 촉촉하다. "너 설마 여태 내 칫솔썼냐?" "아니" "어 미안" 오늘 낮에 내가 잔소리한게 맘에 걸린다.동생녀석이 먼저 씻으면서 내 칫솔로 변기청소한것만 아니면 어떻든 괜찮겠다 생각했다.
여행일정이 며칠 더 남아있다. 정말 내가 바라던대로, 치고박고 언성높이며 싸우는 보통의 남매로 여행을 마무리 할 수도 있겠다. 사실 이거야말로 내가 원하던 남매의 그림이 아닌가, 쩝. 앞으로의 시간들, 잘 버틸 수 있을지. 각자 따로 보낸 다른 시간들을 극복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다. 여행지에서 만난 제 3세계의 외국인과 같이 다니는 것 같다. 핏줄은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손뼉이 맞을 줄 알았다.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너도 힘드니? 그럴리 없지만 행여나 이 글을 읽게 된다면 그저 누나가 그땐 그랬구나 해주길. 갈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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