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단답식으로 오지선다형이다. 응/ 아니/ 별로/ 좋네/ 몰라. 그러다보니 나도 부러 말을 걸지 않게된다. 동생은 아마도 가족에게만 그러는 것일지도 모른다. 제 친구들에게는 잘 할테지. 가족은 가족에게 폭력적이라더니. 물론 이건 내게도 해당된다. 동생에게 나는 1년에 한번 볼까말까한 그리운 누나이기 보다는 열살 많은 잔소리꾼이지 싶다. "너는 학생이 펜도 안갖고 다니냐" "어른들한테는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하는거 아니야. 그냥 감사합니다 해라" "아직도 자냐" "또 자냐" "비타민 챙겨먹자" "왠 좀비 소설?”(그런데 독서 취향은 좀 놀랐다) 어른처럼 동생에게 이런말 하는 내가 싫다.
조언은 꼭 필요하지만 부모님이 충분히, 불필요할만큼 꾸준히 하고계시니 나까지 합세할 것 없지않나. 나이차가 커서 그런지 자꾸 누나랍시고 가이드처럼 조언따위를 늘어놓게 된다. 쿨하지 못해 미안해. 온 가족이 일년동안 모아놓은 잔소리를 부모 형제 할 것 없이 순서대로 세례를 내린다면 10대 끝에 서있는 소년에게 그만큼 미쳐버릴 일도 없을 것 같다. 잔소리라 느껴질 만한 것은 부모님께 돌리고 나는 연년생 친구같은 누나가 되어줘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해본다. 내가 동생에게 어떤 누나였는지, 어떤 사람일는지 생각을 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뒤없이 서운하기만 했는데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나와 나누면 좋을텐데 아직은 동생에게 내가 그럴만한 상대로 느껴지지 않나보다.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처음으로 10대인 동생의 입장에서 10분정도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많이 외롭고 힘들었을 것만 같다. 생일도 자주 잊었다. 언젠가 표정없고 말 없는 동생이 내게 제 속내를 주저리 늘어놓는다면 정말 온맘으로 열심히 들어주고 가치판단 따위는 잠시 제껴놓을거다.
한때 엄마는 당신이 딸에게 늘어놓은 주저리에 딸이라는 것이 편들어주지 않고 입바른 소리만 한다고 서운한 마음을 보인 적이 있다. 잘 들어드리고 맞장구쳐드리는게 남은 효도일텐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누나와 동생의 연으로 만나 처음으로 둘이서 보낸 열흘 남짓한 여행중에 둘이 좋은 것 보고 다닌 것 보다는 내가 동생과의 관계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본 것이 크다. 동생이 나를 보면서 환하게 웃어주면 좋겠다. 뭐 억지로 그럴건 없지만...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우리 남매의 여행은 크게 싸울 일도 없었고, 무덤덤하게 잘 마무리되었다. 나는 일정에서 쇼핑을 제외시키는 배려를 했고, 동생은 내가 싫어하는 표정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해준 것 같아 고맙다. 둘 모두 건강하게 살아서 돌아오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BlackBerry� 에서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