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송인상선생님의 초대로 우리 스튜디오의 외국인 작가들이랑 정월대보름을 맞아 국립국악원에서 진행하는 축제에 다녀왔다. 나는 그들을 가이드한다는 명목으로 따라붙었다. 나의 역할이 무색하리만치 외국인 작가들이 나보다 낫다. 길도 잘 찾고, 내가 모르는 지름길도 알고, 전철도 방향한번 안틀리고 잘 탄다. 대중교통 잘 된 서울시티 안에서 나보다 나은 그들을 굳이 가이드 한다는건 그다지 효력없는 일인 듯 하지만 그래도 한국인이 함께 한다는건 그들에게 은근한 힘이 되지 않을까.. 하고 혼자서 그리 생각해본다.

예술의전당 바로 옆 건물이 국립국악원이다. 정월대보름 맞이 산대희 공연이 열리는 것이다. 인포를 보니, 산대희는 신라 진흥왕때부터 열린 축제(?)라고 한다. 서울 한복판 수십미터에 이르는 거리에 걸쳐 광화문을 다 가릴 정도로 높은 삼신산을 만들고 600여명의 광대들이 온갖 재주를 보였다는 나라의 대축제였다고 하니, 이것을 2009년판 산대희로 1부는 예악당에서 2부는 야외광장에서 꾸민 것이다. 한석당 8000원-10000원의 비교적 상당히 저렴한 공연인데다 어르신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아 작년, 올해 모두 매진이란다. 선생님 덕분에 우리 외국작가들은 거의 모든 한국인들도 보지 못한 산대희 공연을 보았고, 한국인인 나조차도 제대로 챙겨본 적 없는 정월대보름날 밤에 강강수월래를 하고 귀밝이술을 먹고 땅콩을 까먹었다. 꾕과리 소리를 배경으로 패놓은 장작불에 둥글게 서서 몸을 녹이는데, 벌겋게 달아오른 외국인 작가들의 얼굴을 보니 괜시리 마음이 지지직 거렸다. 한국에서 행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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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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