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탁구 TOP10 이 한국에 왔다. ITTF 홈페이지에서 실시간 방송으로 보려고 했으나, 울동네에서 인천삼산체육관까지 한방에 데려다주는 버스가 있다는 말에 내 몸뚱아리는 어느새 버스정류장에 있었다. 서울 바깥으로 가는 빨간색 버스 1200번. 배차간격이 긴데다 이대-신촌-홍대에서 사람들을 이미 싣고온지라 합정역에서 올라탔을 땐 빈자리가 없었다. 기사님 옆 기둥에 매미처럼 붙어있던 30분 동안 문득 차를 사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튼, 버스에서 내리고보니 허허벌판일것만 같았던 예상과는 반대로 나름 번화한 도시에 삐까삐까하게 지어진 체육관이 있었다. 늦게가는 바람에 무작정 텅텅 비어있던 VIP석에 앉았다. 한줄 걸러 바로 앞자리에 유승민, 오상은 선수가 앉아있었다.

 

유투브 동영상이나 달력에서만 보던 장지커(ZHANG Jike), 마롱(MaLong), 딩닝(DingNing), 김경아같은 선수들을 실제로 눈앞에서, 그것도 아주 가까이서 본다는 것은 실로 초현실적이었다. 딴소리지만, 딩닝이 경기하는 동안 유니폼 등판에 붙은 DING NING 이라는 영문을 보면서 참 예쁘다 생각했다. 탁구선수를 하기위해 지어진 이름 같다. 딩닝은 다리도 예뻐서 나는 경기 내내 딩닝 다리만 쳐다보고 있었다.

 

아직 서브나 공을 읽을 줄도 모르고 득점 실점에만 연연해하는 수준이라 나로서는 경기 자체보다는 다른 것만 눈에 보이나보다. 특히, 마롱 파트너였던 슈신이 복식게임중에 득점하거나 실점했을 때의 행동, 표정 하나하나가 거만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실점할 때는 변명하는 듯한 제스처를 빠뜨리지 않았던 것이 신경쓰였다. 나는 탁구칠 때 마다 사라포바마냥 소리 지르는 거나 좀 고치고 싶다. 제발.

 

 

 

 

 

 

 

2012년 5월 19일 인천 삼산체육관,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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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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