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 한참 지났는데 파티를 해야한다고 해서 울집에 모였다. 나는 장을 봐서 그린커리, 오뎅탕, 무쌈, 샐러드를 준비했다. 고맙게도 음식이 기똥차게 잘팔려서 음식물쓰레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모두들 예쁘게도 양손 무겁게 선물을 가져왔지만 아무도 칫솔과 잠옷을 가져오지 않아서 몇개 남아있던 손님용 칫솔을 다 내주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티셔츠며 바지며 다 꺼내서 아래위로 입혔다. 다섯명에게 내 서랍에서 나온, 채도 낮은 옷을 입혀놓고나니 지들을 하나같이 집주인 스타일로 바꿔놨다며 깔깔대며 웃는다. 생일이 지난 뒤에 케잌 위의 초를 불어대는 일은 무안스럽고 별 감흥이 없지만, 여튼 고마운 일이다. 아이들이 가고, 구석구석 굽실대는 긴 머리카락만 남았다.
긴 초 2개 짧은 초 8개
향언니가 소포를 보냈다더니 마침내 받았다. 단단하게 포장된 박스 안에는 언니가 만든 비누, 뭔가 신비로워보이는 도톰한 야생 풀잎, 그리고 바세린이 담긴 유리병이 있었다. 그 풀잎은 화이트 세이지라고, 인디언들이 의식용으로 사용하는건데 불을 붙였다 끌 때 생기는 연기들이 방향제 역할을 한단다. 완전 멋있잖아.!!! 울컥. 올 겨울은 물건너온 향언니표 비누와 더불어 촉촉한 아기피부로 이 겨울을 날 것이다. 우편물을 받는다는 건 정말 손에 꼽을만한 큰 기쁨이다. 하물며 매주 배달되는 주간지 조차도 반가운것을. 언니! 고마워요.
향언니가 보내준 촉촉한 소포
지금은 재영오빠와 공동으로 출품(?, 거창하네)하는 어떤 공모전을 위해 이리카페에서 컴퓨터를 쓰는 중이다. 주말시간에 짬을 내서 작업한 결과물로 공모전에 당선된다면 준비하는 자체로 기분전환도 되고, 용돈벌이도 될테니 좋지아니한가. 이리카페는 집과 가까워서 좋지만, 담배연기가 굴뚝 수준이라 눈이 따갑고 두통이 일 지경이다. 이곳에 매일 왔다가는 간접흡연으로 수명이 단축될 듯 하다. 나름의 금연구역이 있긴 하지만 열린 창이라 그 이름이 무색하다. 여튼 담배냄새 맡아가며 작업하는건데 붙어서 상금을 받으면 참 좋겠다. 오늘은 이리카페를 좋아하는 마음보다 담배냄새의 고통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날이다. 이리카페에서 커피마시는 애연가들은 행복하겠다. 나는 아쉽게도 금연카페를 찾아야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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