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오규원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오규원, 한 잎의 여자 』, 문학과 지성사, 1998)





종종 찾는 커뮤니티에서 누군가 이 시를 올려주었다. 문득 잘못 살고있다는 느낌을 종종 해왔지만 요즘은 특히나 더욱 그런 생각이 잦던 중 이 시를 읽었다산다는 것에 잘잘못을 판단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하는 방법도 방법일까 싶으면서도, 인간은 평생 문득 문득 이런 그늘같은 생각을 하면서 살 수 밖에 없을거라는 속 편한 생각으로 매듭짓는다. 앞으로도 예정된 느낌이라면 이런 느낌에 홈빡 빠져서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멀찍이서 건조하게 이를 다스릴 수도 있었으면 한다. 


한 잎의 여자, 절판된 이 시집을 사고싶어서 알라딘 중고와 여타 인터넷 중고 서점을 찾아봤지만 구할 수가 없다. 오프라인 중고서점에 못간지도 오래되었지만 행여나 오래된 이 시집을 발견하게 되면 참 좋겠다. 물론 전집을 사도 되지만 전집은 시집같지가 않다. 논문쓰는 기분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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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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