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
내가 즐겨듣는 FM라디오에서 밤 11시 50분이 되면 시를 읽어주는 코너가 있다.
내가 입시를 치르는 동안에도 DJ언니의 나긋나긋한 시낭송을 들으면서 이불속에 들어갔으니,(삼당사락이고 뭐고 공부 않고 일찍 잤구나..;) 시를 읽어주는 이 코너는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것 같다. 평소 주파수를 온전히 고정해놓고 듣지는 않지만 대개 2,3 채널 안에서 시간대마다 고정적으로 즐겨듣는 프로그램이 있다. 라디오를 틀어놓고 침대에 길게 누워서 딩굴거리고 있는데 이 시가 흘러나온다.
뜻밖의 폭설에 못잊을 사람과 그곳에 발이 묶였으면,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시만 같아라.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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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즐겨듣는 FM라디오에서 밤 11시 50분이 되면 시를 읽어주는 코너가 있다.
내가 입시를 치르는 동안에도 DJ언니의 나긋나긋한 시낭송을 들으면서 이불속에 들어갔으니,(삼당사락이고 뭐고 공부 않고 일찍 잤구나..;) 시를 읽어주는 이 코너는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것 같다. 평소 주파수를 온전히 고정해놓고 듣지는 않지만 대개 2,3 채널 안에서 시간대마다 고정적으로 즐겨듣는 프로그램이 있다. 라디오를 틀어놓고 침대에 길게 누워서 딩굴거리고 있는데 이 시가 흘러나온다.
뜻밖의 폭설에 못잊을 사람과 그곳에 발이 묶였으면,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시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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