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선생님 책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시집.
'그곳이 멀지 않다.'
cd를 사도 씨디 한장에 담긴 모든 트랙이 마음에 꼭 맞기란 어려운데
이 시집은 첫장부터 끝까지 모든 시들이 참 좋다.
마치 좋아하는 사람의 뻗친 머리카락부터 낡아빠진 신발 앞코까지도 좋고 이뻐서
문득문득 떠올리면서 키들거리는 것처럼.^^
오래전 책이지만 자주 꺼내보고 곱씹게 된다.
俗離山에서
나희덕
가파른 비탈만이
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디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
세속을 벗어나도
세속의 습관은 남아 있는 나에게
산은 어깨를 낮추며 이렇게 속삭였다
산을 오르고 있지만
내가 넘는 건 정작 산이 아니라
산 속에 갇힌 시간일 거라고,
오히려 산 아래서 밥을 끓여 먹고 살던
그 하루하루가
더 가파른 고비였을 거라고,
속리산은
단숨에 오를 수도 있는 높이를
길게 길게 늘여서 내 앞에 펼쳐주었다
'그곳이 멀지 않다.'
cd를 사도 씨디 한장에 담긴 모든 트랙이 마음에 꼭 맞기란 어려운데
이 시집은 첫장부터 끝까지 모든 시들이 참 좋다.
마치 좋아하는 사람의 뻗친 머리카락부터 낡아빠진 신발 앞코까지도 좋고 이뻐서
문득문득 떠올리면서 키들거리는 것처럼.^^
오래전 책이지만 자주 꺼내보고 곱씹게 된다.
俗離山에서
나희덕
가파른 비탈만이
순결한 싸움터라고 여겨온 나에게
속리산은 순하디순한 길을 열어 보였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아직 높이에 대한 선망을 가진 나에게
세속을 벗어나도
세속의 습관은 남아 있는 나에게
산은 어깨를 낮추며 이렇게 속삭였다
산을 오르고 있지만
내가 넘는 건 정작 산이 아니라
산 속에 갇힌 시간일 거라고,
오히려 산 아래서 밥을 끓여 먹고 살던
그 하루하루가
더 가파른 고비였을 거라고,
속리산은
단숨에 오를 수도 있는 높이를
길게 길게 늘여서 내 앞에 펼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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