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J'adore

sangsudong 2008. 12. 21. 01:19

곧 엄마 생신이다. 어르신들은 왜들 음력생일인지 자칫하면 그냥 넘기기 쉽상이다. 매년 찾아오는 생일이지만 매년 뭘 사야할지 항상 쉽지만은 않다. 그래 차라리 엄마생신이니 좀 낫지, 아빠생신때는 선물 고르기가 더 어렵다. 전철에서 내려 곧장 집가는 출구로 향하지 않고 반대쪽 현대백화점으로 갔다. 맘에 둔 선물이 없으니 우선 그냥 어슬렁 거려보자 하는 마음에 지하2층부터 훑었다. 사실 지하2층에는 엄마한테 드릴만한 것들이라기보다 새로 단장한 데님바 같은 20대 아가씨들이 다니는 매장들인데 굳이 엄마생신 선물을 열심히 고르기 위함이라며 지하2층부터 천천히 시작했다. 지하1층은 식품점,,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음식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다보니 치즈케잌도, 프렛즐도 다 먹고만싶어져서 콧구멍에 들어와박히는 달콤한 분자들을 떨쳐내며 지상으로 올랐다. 

역시 1층이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화장품 천국. 사실 엄마는 변변찮은 화장품이 없다. 본디 화장을 열심히 잘 하지 않으시기도하지만 스킨, 로션, 크림, 립스틱 뿐이다. 색조도 잘 않으시고 마스카라 생략은 물론이다. 그래서 엄마 화장대는 재미가 없다. 평소의 엄마 화장을 생각하며 디올을 지나다가 자도르의 금빛이 내 눈을 휘감았다. 고등학교3학년때인가? 돌이 내 생일선물로 준 자도르. 당시 학생 신분과 어울리지 않게 생각도 없는 향수를 받아 아주 오래도록 썼지만 내 첫향수라 그런지 대학다니면서도 꾸준히 자도르만 썼다. 내 첫 생리대가 위스퍼라서 나는 위스퍼만 쓰는 것과 같은 거다. 어쨌든 나는 평소 '장식은 죄악이다' 라는 모토아래 뭐든 검박하고 딱 떨어지는,, 네모지고 재미없는 디자인을 좋아하는데, 자도르는 화려함에도 내 맘을 끄는 것 중에 하나다. 어쨌든 그 멋지고 좋은 향수 앞에서 엄마를 떠올리기란 영 핀트가 어긋나는 발상인데..'엄마는 향수 안뿌리니까, 땡!' 하며 지나려다 문득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는 엉뚱한 확신에 바로 구입했다. 엄마가 평소 향수를 뿌려대는 아줌마도 아니고, 제돈주고 향수를 사기란 쉽지않을테니 엄마가 항상 구입하는 에센스나 벽돌색 립스틱을 굳이 또 내가 살 필요가 없는거다. 게다가 내가 고른걸 맘에들어 하지도 않을거고..  뭔가 새로운 작은 사치를 선물하고팠는데, 귿 초이스라고 흐믓해하며 백화점을 나왔다. 엄마와 J'adore라니...섹시하군!

아 긴축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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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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