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1일

sangsudong 2010. 1. 21. 23:32
지금 막 서울집으로 왔다. 거의 20일동안을 고향집에 있었던 셈이다. 열아홉에 서울 온 이후로 매번 1년에 두번, 빨간날 연휴동안만 머물다가 곧장 서울로 돌아왔는데 이렇게 오래껏 고향집에서 지낸건 거의 8년만에 처음이다.

고향집에 가면 늘 하는 것이 있다. 친척들 인사다니기(딱히 내 의지는 아니다. 모두들 차로 30분 거리 안에 살고 있고, 생일까지 서로 챙길만큼 평소 곧잘 모인다.) 새벽기도 가기(딱히 내 의지는 아니다. 하지만 가족이 다같이 예배하는 것을 부모님이 너무나 좋아하시기에 고향에 가있는 동안만은 따라다닌다.), 울기(한이 많은가보다.), TV보기(서울집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그래서 네이버 기사에나 뜨는 tv프로그램들을 즐거이 접하면서, 물만난 생선처럼 티비 속에서 나오질 못한다.), 장시간 TV보면서 아빠 눈치보기 이다. 고모집에는 낮에 혼자 인사갔다가 갑자기 시작된 생리통때문에 아예 드러눕고, 고모는 내 배를 만져주면서 이런얘기 저런얘기를 나눴다. 고모는 기독교로 무장된 우리 집안에서 유일하게 절에 다니시는데, 그 마음 씀씀이와 생각하는 깊이가 아주 멋진 분이다. 고모가 절에서 가져온 연잎차를 마시면서 내가 결혼할 때가 되지 않았냐며 만나는 사람은 있느냐부터 해서 고모가 암에 걸려서 힘들었을 적 이야기까지 나눴다. 내가 우니까 고모도 따라 울었다. 고모는 내가 지혜롭게 잘 할거라고 응원해 주었다. 그리고는 내 얼굴색이 안좋다며 맛사지샵에 데려가서 예쁘게 만들어주었다.
 
이번에 장장 20일을 내리 가족과 붙어서 함께 보낸건 사실 동생이 온 기념으로 가족여행을 가려던 계획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우리 할머니가 계단에서 크게 넘어져 병원에 입원하시는 바람에 거의 매일을 병원에 출근했다. 중국간다고 들떠서 자랑해놨는데 괜히 그랬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TV, 친척들, 교회와 같이한 고향집에서의 일일. 동생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꽤나 갑갑하고 힘들었다. 무엇보다도 8년동안 가족과 서로 떨어져 지내는 동안, 내가 기대하는 부모님과 지금의 부모님이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물론 부모님도 당신이 기대했던 딸의 모습과 지금 옆에 있는 딸이 다르게 느껴졌겠지. 오래도록 다른 환경에 놓이면 그저 애틋함만 커지는 것 같다. 방학이라고 2년만에 한국에 온 동생을 공항에서 보내고는 도망치듯 서울로 왔다.

남쪽은 지금 코트를 입지 않고 스웨터 한장만 걸치고 다녀도 춥지 않을 만큼 추위가 한풀 꺾였다. 그런데 서울에 내리는 순간 온몸에 와닿는 찬 바람에 아직 가시지 않은 추위를 실감했다. 옆자리에 앉았던 엄마뻘의 아줌마는 서울은 와이래 춥노 하면서 앞서 걸었다. 따뜻한 고향에 있는 시간동안 내가 한 것이라고는 부모님 옆에서 시간까먹기 뿐이었는데, 앞으로는 이마저도 어렵겠지? 다녀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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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무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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