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gsudong

만두가게

무슨달 2009. 1. 9. 02:44
저녁6시가 조금 지났다. 나는 종로2가에 혼자 있었고 한시간 뒤에는 근처에서 장장 세시간동안의 수업을 들을 예정이다. 대로변에 있는 명인만두에 들어가서 김치만두 한접시를 시켰다. 나는 먹는 것에 예민한 편이다. 정확히 말해서 '끼니 때'에 예민해서 그때 그때 아침점심저녁을 제공해주지 않으면 내 몸은 놀랍게도 곧잘 짐승처럼 사나워짐을 느낀다. 그럴때면 나 스스로도 먹는것 따위의 원초적인 것에서 자유롭지 못한 내가 부끄럽다. 동물과 다름아닌, 나의 지독스런 단순함이 아쉽다. 4명이 앉는 테이블 위에 굶주린 돼지 한마리, 단무지 한접시, 작은 직사각형 모양의 만두접시만 달랑 있다. 첫번째 만두를 집어드는 순간, 내가 마주보고 앉았던 가게 현관문이 열리면서 7-8명이 그 좁은 가게로 우르르 들어왔다. 종로 일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야근 중에 끼니하러 온 것 같았다. 가게에 남은 자리라고는 내가 앉은 4인용 테이블의 남은 세자리와 바로 옆 한테이블임을 확인하게 된 순간, 본의아니게 내가 가게 주인 아저씨에게 미안한 1인이 되었다는걸 알았다. 이런.. 그들은 "짱깨집이나 가요" 라고 말하면서 발랄하게 가게를 나갔다. 갓 받아든 만두접시 앞에서 나는 행여나 주인아저씨와 눈이 맞을까 남은 만두들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우적우적 남김없이, 찌뿌둥한 식사를 마쳤다. 

그나저나 난 언제쯤에나 끼니때를 초월한, 고뇌하는 지식인이 될 수 있을까. 뱃속부터 신앙생활에 금식기도 한번 제대로 하질 못하니,, 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간만 되면 뱃속에서 요동치는, 초라하면서도 웅장한 소리부터 좀 적당히 그쳐주면 좋겠다.